마주하기/글
그 꽃 / 고은
Arundhati
2017. 12. 13. 14:07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2001
고은
이 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이다.
여러 상황에서, 여러 의미로 와닿던 시.
전에는 몰랐던 것을 문득 깨달았을 때,
전에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빠지게 되었을 때.
그런 의미로 좋았던 적도 있고,
돌아본다는 의미로 좋았던 적도 있다.
내려갈 때야 비로소 볼 수 있던 것인데
왜 나는, 우리는 올라가려고만 할까
대나무가 그렇게 자라면서도
비뚤어지지 않을 수 있음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에게도 그런 마디가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
그런 감성
잠깐 돌아본다고 해서 늦는 것이 아닌데
잠깐 돌아본다고 해서 후회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너무 과거에 인색한 것 같다.
그때 그랬지.
하는 그 감상도, 감성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