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IPTV에 엽문 4가 추가된 것을 보고 결제해서 보았다.
시리즈의 1부터 재미있게 보았었다.
중간에 견자단이 없는 엽문에 실망하기도 하고,
다시 돌아온 견자단의 엽문에 환호하며 보았던 팬이다.
영화 제목부터 더 파이널. 포스터에도 적혀있는 마지막.
3년 전 울면서 보았던 로건이 생각났다.
(다행히 엽문은 눈물이 날만한 부분이 없었다)
견자단의 인터뷰 속에서도 엽문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영화는 엽문의 제자인 이소룡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표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정과의 관계가 날이 갈수록 멀어져서 고민이던 엽문.
다른 아버지들처럼 아들이 공부하길 바라지만,
아들은 권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학교에서 동급생을 패고서 퇴학처분을 받은 아들.
미국 유학이 유행이기도 하고, 암 진단을 받은 엽문은
아들이 입학할 만한 학교를 찾기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신기하게도 엽문은 항상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ㅋㅋㅋ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학을 허가 받기위해서는 해당 국가 총회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총회장인 만사부(만종화)와의 의견 대립이 생긴다.
사실, 엽문1에서부터 늘 그래 왔던 것 같다.
엽문은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한 인물도 아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 중심의 역할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주변 사람들을 그런 그를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무언가 일이 생기면 달려와서 도움을 요청하고,
그가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기쁨으로 그를 돕는다.

그것이 엽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물의, 이 영화의.
모두가 나서지 않을 때에
그는 항상 나선다.
자신 말고도 누군가가 나선다면
굳이 그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발걸음을 떼지 못할 때,
모두가 두려워서 소리내지 못하고 물러설 때,
그는 항상 나서서 대항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말이다.

시원섭섭한 영화라고 느꼈다.
러닝타임은 105분으로 굉장히 짧다.
아들과의 갈등은 사실 너무 뻔했고,
어떻게 해결될지도 답이 훤히 보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액션이 통쾌하다.
20세기 중반과 후반,
중국인이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받던 대우에 대해서 많이 나온다.
인종차별에, 억울한 일들
중국인들만 그런 일을 당했을까?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지금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 남부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마지막 영화라서 일까.
엽문이라는 인물의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고,
지금까지처럼 불의에 맞서는 영웅의 면모 또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들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참 짧은 러닝타임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불산에서 수련하며 가난하고, 어렵게 지냈던 엽문 1이 생각났고
홍콩에서 불의에 맞서던 엽문이 생각났다.
70여 년 전 그 시대에 엽문은 한 명의 영웅이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그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영웅.
사람들로부터 일대종사라는 존경의 호칭을 얻고,
이소룡의 스승이라는 영광스러운 명함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고, 위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무술 실력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속,
만종화 사부의 부상을 보고 미 해병대로 찾아가는 그를 말리는 요나에게 한 대사가 인상 깊다.
나는 무도인이다.
부당한 일에는 반드시 맞서 싸운다.
그게 내가 무술을 하는 이유다.
배워서 남 주랴?
라고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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