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할거나
아 -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나ㅡㄹ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나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나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나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1947
서정주
고3 때 언어영역을 공부하면서 무심코 접한 시
사실,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읽었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시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인지, 그때의 와닿음을 잊지 못하겠다
지금이라면 하지 못할,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던 그 감정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이 시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고등학생의 감정을 이런 시에 비교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시였다.
그런 마음이었다.
모든 글이 그렇다.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오로지 독자의 것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