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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기/생각

대면, 비대면 강의에 대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

현재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에 관하여 여러 논란과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있고, 논의를 빙자한 싸움과 문의를 빙자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대처한 국가 그룹에 속하며, 정부에서도 순차적 초중고등학교 등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진 상황일 뿐, 최근 인천 확진자와 관련된 뉴스, 대전 유성구의 해외 입국자 확진에 관한 뉴스 등 계속해서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 속에 언제 또 31번 확진자와 같은 슈퍼 확진자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불안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1학기 전체 사이버 강의 전환을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코로나의 확산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비대면 강의 전환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2월, 한국에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대면 강의 무기한 연기를 실시한 이후 단 한 번의 외출도 하지 않았습니까? 식당, 카페, 영화관, 마트, 교회, 성당, 절, 공원, 산책, 클럽, 술집 등 어느 곳에도 방문하지 않고 집안을 철저히 방역하며, 같이 생활하는 부모님이나 가족들도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로 의학적 비감염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식당에 가서 밥은 먹을 수 있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고, 연인이나 가족과 영화관에서 문화적 즐거움을 즐길 수 있으며,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는 있으면서 왜 학생으로서의 의무이자, 우리가 지불한 등록금에 대한 권리인 학업은 할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칠 때, 가장 많이 공격받은 것에 대해서 몇가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첫째, 학교의 대면 강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이 등록금 재산정과 반환에 대하여 포기하고 대신에 조금이라도 혜택을 누려야겠다는 불합리한 상황에의 인정과 순응이 절대 아닙니다. 대면, 비대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팀에 열성적으로 전하는 것에 비해 등록금 재산정 반환에 대한,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을 두고 총학생회의 대응이 미적지근한 것은 학생회비에 얽힌 이해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실패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난 4년을 겪으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이지, 학생들을 대신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전국의 99.2%의 대학생이 등록금 반환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대면 수업이 결정되던, 비대면 수업으로 결정되던 함께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달 동안 학교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모든 일에는 정확한 용어와 문장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 학교 학사일정의 표기와 마찬가지로 수업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1달밖에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기의 1/3이 남은 상황입니다. 1/3을 1 달이라는 것으로 바꾸어 표현하여 '겨우 1달 때문에'라는 말로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식의 용어혼란 전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번만 곱씹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업 1/3선과 1달은 느낌이 굉장히 다릅니다. 실제 보강과 시험과 시험 사이에 이루어지는 Quiz, 수업의 2/3선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이루어지지 못한 여러 활동들을 생각하면 남아있는 1/3선의 수업은 실상 1/2선과 비슷한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교수님들 또한 그러한 생각을 가지시고 남은 수업을 통해 어떻게 앞선 두 달 동안 하지 못한 수업을 할지 고민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전 학교 운영팀의 알바가 아닙니다. 합당한 형태로 이루어진 장학금을 제외한다면 지금껏 학교로부터 10원조차 받은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학교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지난 3년간 그래 왔고, 앞선 2달 동안 학교의 느린 대응을 겪으며 우리 학교가 일을 정말 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깊이 통감하였습니다. 당장 이 Q&A 게시판의 질문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답변 달린 질문이 도대체 언제 적 질문입니까? 기숙사에 뻔히 유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실습실이나 연구실 사용을 잠시간 위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을지 묻기 위해 생활관 운영팀에 전화하였을 때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기계적인 대답을 받았고, 어이없어하며 중국인 등 유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지 않냐고 물어보자 또다시 기계적으로 '학생들은 아무도 기숙사에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그런 학교를 어떻게 좋아합니까? 전국의 대다수 학교가 1학기 수업 방식을 가지고 5월 대면 예정이던, 전체 비대면 강의 진행이던 어떻게 할 것인지 발표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우리 학교는 1달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고 공지를 전해줬습니다. 운영에 있어서 그러한 느린 대응과 결단력 부족은 어떻게도 좋게 볼 수 없습니다. 이 대목에 있어서, 학교 운영팀과 총장님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단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만. 총장이란 단순히 학교의 얼굴 마담이 아닙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 광고 모델이 아닙니다. 재단의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총장이란 직책은 학교라는 차원에서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단호하게 선택을 내려야 하는 직책입니다. 그리고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가 짊어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것을 위한 총장이며, 그것을 위한 연봉이고, 그러한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권리가 총장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2달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추측과 거짓 뉴스로 혼란이 야기될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단 말입니까? 등록금 반환의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는 총장의 리더십과 지도력에 의문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수업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책임입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너희가 책임질래?' '개강했다가 2차 폭발하면 너희가 다 책임질 거임?' 이따위 질문을 통해 집단을 분열시키고, 편 가르며, 논지를 흐리고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그것을 왜 대면 강의를 하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책임져야 합니까? 우한 폐렴으로 인해서 같이 피해를 보고, 떨어지는 수업의 질과 학교 측의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인해서 함께 혼란스러워했던 학생들이 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물어야 합니까? 그런 발언을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교에는 이미 책임자가 존재합니다. 학교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그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약속되어있는 직책이 이미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총장이 그것을 책임지겠냐? 회피하겠지' '학교가 책임을 지겠음? 미리 책임질 사람을 정해야지. 대면하자는 니들이 책임지셈' 이러한 주장으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같은 집단 내에서 편을 갈라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입니까? 지금 시대가 어느 때입니까? 학교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시대입니까?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언론과 여론이 우리를 대신하여 학교에 책임을 물어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왜 2020년, 20대 대학생들이 70, 80년대 운동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까?

학교에서 대면 강의를 진행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분명 등록금 반환과 같은 이해관계가 엮여있겠지만, 방역과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과 자신감이 없었다면 내릴 수 없는 결정입니다. 학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어떻던 그러한 결정에 대하여 일단 믿고 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요. 2달이나 걸린 의사결정에 대하여 일말의 신뢰조차 보이지 않고 두려움에 잠식되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으로의 자세입니까? 당신들이 정녕 두려워하는 것이 코로나입니까? 아니면 자택에서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비대면 강의가 대면 강의로 전환됨에 따른 다른 학우들과의 학습격차입니까?

5월 중순, 계획대로 대면 강의를 시작하여도 학교 주변의 술집과 노래방, 피시방과 카페, 식당들은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렇게들 코로나를 두려워하시니 식사도 집에서 챙겨 온 도시락으로 하시겠고, 2m씩 거리를 이격 하여 걸어 다니시고 활동하실 테니 말입니다.

제발, 본인들의 나태함을 두려움이라는 것으로 포장하지 말아 주십시오.

친구들의 SNS를 30초만 보시면 알 수 있으시겠지만, 3월 이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 학생, 국내 여행을 한 학생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의 외부 접촉 사례가 있고, 그런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합니다. 비대면 수업을 하니깐 할 수 있다고. 생각보다 편하고 좋다고. 비대면 강의를 주장하는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겠죠. 하지만 그것은 대면 강의를 주장하는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면 강의를 원하는 학생들은 슈퍼 전파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평상시 공부하지 않던 사람들이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놀고 싶어서 대면 강의를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들 2달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켜오지 않았습니까. 우리 가족과 주변을 위해서 잘 지켜내지 않았습니까. 두려워할 것은 없으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심하며 지내온 그대로 지낸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확신합니다.

소수의 분탕 종자와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여 우리가 누릴 수 있고, 누려야만 하는 것들을 포기하려 합니까. 그것 역시 비사회적 도덕주의의 일환이며, 이기심의 표출입니다.

 

대면 혹은 비대면 강의로의 진행에 대하여 학교의 결단을 우리는 기다리고, 믿어보고, 따르면 됩니다. 사회 시스템이 굴러가기 위해서 처음에 필요한 것은 조금의 신뢰입니다. 저 시스템이 잘 작동할 것이라는 약간의 믿음. 어떻게 해보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안될 것이라며 확신하고 소리 지르며,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부정이 가득하여 피하려고만 합니까. 코로나의 종식까지 기다리자고요? 총 39명의 사망자를 남긴 메르스 역시 종식 선언까지는 3년에 가까운 세월을 필요로 했습니다. 백신이,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자는 아래 Q&A의 학생은 앞으로 최소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다른 사이버 대학에 비해 5배나 등록금이 비싼 대전사이버대학교 학생으로 보내고 싶으십니까? 정부에서 해외유입을 폐쇄하지 않은 채로 방역을 계속하였을 때에도 청와대에 항의 전화하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시위하셨습니까?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협의 권고를 7차례나 무시하였을 때에도 다 같이 죽고 싶은 것이냐고 분노하셨습니까? 왜 정부의 국정지지도와 대면 강의에 대한 지지도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방관주의의 일환입니까. 개인의 편안함과 이익을 위해서만 깨어나는 분노 주의입니까?

선택적 등교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절충안으로 등장한 그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그것은 가장 많은 소란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선택적 등교를 도입한다면, 등교한 학생과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를 선택한 학생들 사이에 학점적으로 차별이 없도록 안전장치가 도입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학생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를 선택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제도적인 것으로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 교수님들에게 아무리 대면과 비대면의 선택에 따른 차별을 하지 말라고 하여도 그럴 수 없습니다. 이건 교수님들의 문제가 아닌, 사람이기에 당연한 문제입니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학생들에 비해 교수님과의 친밀도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표출될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가 확 실화된 상황에서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절대평가던 상대평가던 1점 차이로 학점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되었을 때, 비대면을 선택한 학생들은 그러한 점에 대하여 인정하실 겁니까? 성인으로서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하여 겸허히 받아들일 것입니까? 저는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으며, 여러분 스스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급작스러운 사태로 인하여 모두가 처음 겪는 혼란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잘 지켜왔고, 잘 지켜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 이상 학생들 사이의 유언비어와 그로 인한 편 가르기와 여러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라도 남은 기간의 강의에 대한 학교의 공식적이고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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