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1999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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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무언가를 쫓기에 현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다가온다.

또한

내가 무심코 지나온 모든 순간이

모든 가능성이라는...

고2 겨울부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무엇을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

해야 할지 몰라서.

목적을 잃어서 방황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리다.

목적 따위 없이도 뛸 수 있는데,

다들 그러고 잘 사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물론 지금조차도 여전히

'~를 꼭 해야지'하는

흔히 말하는 비전이나 꿈은 없다.

그럼에도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내 삶의 목표와 비전이 정해졌을 때,

나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준비한다.

그러니깐

이번 시험도 화이팅.

한 번 쓰인 학점은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