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1993
도종환
정말로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날.
나중에 생각하면
'내가 그때 왜 그랬지' 싶지만
그 순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많은 이유는 아마
'알아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게 서운해서,
답답해서, 미칠 거 같아서.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굉장한... 이기심인 것 같다.
그래서 좋을 것도 없지만,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 있다.
상대는 왜 이러냐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시간 지나 스스로 돌아봐도 그러니깐
그러니깐 넌 모른다는 거야.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도종환 시인의 이 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밉지만
그런 내가 더 밉다는 마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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