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 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에서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아래 떨고 있느냐
1994
정호승
갑자기 어디서 보았다.
나는 한국말이 참 좋다.
그리고 신기하다.
자연스럽게 쓰던 말들이
순간,
갑자기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 시에서도 그랬다.
'어느'
이 말이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색해졌다.
'어? 저렇게 쓰는 게 맞나?'
'저게 저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냥.
그랬다.
내가 만날 사람은
지구별에 있었으면 좋겠다.
(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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