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1994 도종환 우연히 김용택 시인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라는 시를 보았다. 시 중간의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구절을 보는 순간 도종환 시인의 이 시가 생각났다. 한 사람의 삶도 그렇고, 나라도 그러하겠다. 김일성 주체 사상을 사모하는 사람의 손에서 써졌다는 것이 유일한 흠인 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 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에서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아래 떨고 있느냐 1994정호승 갑자기 어디서 보았다. 나는 한국말이 참 좋다.그리고 신기하다. 자연스럽게 쓰던 말들이순간,갑자기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 시에서도 그랬다. '어느' 이 말이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그리고 ..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김민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함께 하지 않았던 순간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과 앞으로 함께할 시간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은 사랑하는 그 사람 곁에 서서 손 흔들며 다가오지 않는다 뒤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다가 나 역시 그 과거의 일부로 만들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말로 마무리한다. "사랑은 지성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1993 도종환 정말로 그럴 때가 있다.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이미워지는 날. 나중에 생각하면'내가 그때 왜 그랬지' 싶지만그 순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많은 이유는 아마'알아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게 서운해서,답답해서,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1999 정현종 참 예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무언가를 쫓기에 현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중요하다는 말로 다가온다. 또한내가 무심코 지나온 모든 순간이모든 가능성이라는... 고2 겨울부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었는데무엇을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해야 할지 몰라서.목적을 잃어서 ..
어이 할거나 아 -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나ㅡㄹ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나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나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나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1947서정주 고3 때 언어영역을 공부하면서 무심코 접한 시사실,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읽었었다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시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인지, 그때의 와닿음을 잊지 못하겠다지금이라면 하지 못할,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던 그 감정 때문..
사월의 미, 칠월의 솔국내도서저자 : 김연수출판 : 문학동네 2013.11.20상세보기 김연수 작가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수록된 단편들 중, '일기예보의 기법' 그리고 표제작인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너무 인상적이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두 딸을 키워낸 아버지의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삶을 본다면 '일기예보의 기법'에 나오는 엄마의 삶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옛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플까.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나오는 그 감성을... 흠 그런 인생을 살아온 한 남자의 삶은, 스스로 생각하는 그의 삶은 과연 슬플까? 아니면 행복할까? 평생을 두 딸의 아버지라는 의무로 지탱해온 삶에서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