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이남일 가끔 방문하는 이웃의 블로그에서 마주한 시 한 편. 그분은 마지막'햇살처럼 부서지다'라는 표현에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햇살처럼 녹아든다라는 표현이라면 사랑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더 좋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글쎄 사실, 햇살처럼 부서진다는 것이 어떠한 형태인지는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와닿는다. 안타깝게도 짝사랑에 설레지 않는다. 어떠한 형태로든 짝사랑은 무언가 부서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박우현 교생실습이 이제 하루 남았다. 늦은 저녁, 일지를 적으며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때 이 시가 생각났다. 아쉬움은 과거의 몫이다. 그래야만 한다. 현재가 혹은 미래가 짊어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또한 생각난다. 아..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새 꽃 좋고 열매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새 냇물 되어 바다에 가나니 오늘 어디서 이 글을 보았는지는 벌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생 실습 4주 차. 그중에서도 3일째인 수요일. 앞서 3주 동안 준비했던 연구수업을 하고, 교장 선생님과 지도교사 선생님, 다른 선생님들과 강평회까지 마치고, 교생 선생님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가기 위해 3호선에 몸을 실었을 때, 생각났다.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어느덧 한 달의 교생실습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 저 한 문장이 생각났다. 용비어천가에서의 저 문장은 분명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1994 도종환 우연히 김용택 시인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라는 시를 보았다. 시 중간의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구절을 보는 순간 도종환 시인의 이 시가 생각났다. 한 사람의 삶도 그렇고, 나라도 그러하겠다. 김일성 주체 사상을 사모하는 사람의 손에서 써졌다는 것이 유일한 흠인 시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후우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그때 생각에, 그대 생각에 멈칫할 때마다 한 번씩 그렇게 몇 년을 매일 같이 내쉰다 무거운 가슴이 나아질까 내뱉어보지만 한숨조차 완전히 보내지 못하고 입 끝에 맴돈다 2020.04.04 21:47 오랜만의 글인 것 같다. 그동안 이곳저곳 적어두고, 휘갈긴 짧은 글들이 있지만 어차피 내놓은 글들.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3년 정도 걸렸을까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제자리에 멈추어 서서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고, 정비할 여유를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음도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 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에서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아래 떨고 있느냐 1994정호승 갑자기 어디서 보았다. 나는 한국말이 참 좋다.그리고 신기하다. 자연스럽게 쓰던 말들이순간,갑자기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 시에서도 그랬다. '어느' 이 말이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그리고 ..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김민호
너의 최선과 나의 최선너가 나를 향해 뛰어올수록내가 너를 향해 뛰어갈수록더 멀어졌던 거야누구의 잘못도 아니야우린 단지 방향이 달랐을 뿐 나 때문에 뒤돌지 마사랑 때문이라며 변하지 마그런 너이기에 아름다운 거야그런 너라서 예쁜 거야 혹시 알아?사랑도 우리 만난 이 행성 같다면각자의 길의 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꼭 그럴 거야 - 사랑도 지구처럼 둥글다면 -17.10.1520;56강병주 알아. 너 최선을 다한 거나도야그래서 지금의 우리, 후회하지 않아너도 미안해하지 마가끔. 아니 좀 자주너 생각 날 때면 고마워할게우린 그냥 방향이 달랐을 뿐이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함께 하지 않았던 순간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과 앞으로 함께할 시간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은 사랑하는 그 사람 곁에 서서 손 흔들며 다가오지 않는다 뒤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다가 나 역시 그 과거의 일부로 만들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말로 마무리한다. "사랑은 지성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1993 도종환 정말로 그럴 때가 있다.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이미워지는 날. 나중에 생각하면'내가 그때 왜 그랬지' 싶지만그 순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많은 이유는 아마'알아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게 서운해서,답답해서,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1999 정현종 참 예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무언가를 쫓기에 현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중요하다는 말로 다가온다. 또한내가 무심코 지나온 모든 순간이모든 가능성이라는... 고2 겨울부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었는데무엇을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해야 할지 몰라서.목적을 잃어서 ..
너가 있을 법한 방향으로 내 마음을 쏘아 보낸다 한 번. 두 번. 이 방향이 아닌가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계속해서 보내본다 그러다가 문득 처음 그 자리에 돌아온 것을 알게 되면 생각한다. 내 옆에 없구나 내 마음의 레이더 쏘아 보내는 것을 멈추고... 그리고 그만둔다. 한참 후에 너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시간 흘러 내가 그때 너를 애타게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너는 내게 무슨 말을 할까 스텔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데 사실, 눈에 보인다. 마음이 보내지지 않을 때는 그냥 손 내밀어 보기를 손 내밀어 오지 않을 때에는 눈을 감고 느껴 보기를 2017.04.04 강병주